존재의 의미 - 17부

야설

존재의 의미 -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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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의 분노 3 ]










진우는 몇가지 지시를 하고는 차에 오르면서 다시끔 박회장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진우였다.




진우는 병원으로 갈것을 지시하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진우는 명철의 상태를 살펴본 뒤 녹음기를 켰다.










명철은 진우가 와서 자신의 상태를 묻자 억지로 힘을 내며 말을 했다.




최소한 한달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이었으나 명철은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리고 진우가 틀어주는 녹음기에서 나오는 대화를 듣는 명철의 몸은 부르르 떨렸다.




그 떨림이 커지며 명철은 진우를 쳐다봤다. 상처입은 짐승처럼 신음을 토하며...










< 회장님! 면목없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거의 성공했는데... >










< 무슨일을 그 따위로 하는거야?... 겨우 계집하나 잡아서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한놈한테 당했다면서... 이제 은퇴해야 되는거 아니야... >










< 면목없습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










< 이제 어떻게 할건가?... 이대로 포기할거냔 말이야?.... >










< 그게... 그년에게 이제는 수십명의 경호원이 붙은지라.... 어떻게 할수가... 죄송합니다.. >










< 이런 칠칠 맞지 못한... 단지 내 귀한 손자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그거하나 제대로 못하다니 >










< ........ >










< 내 손주!... 그것도 내 사업을 이어받을 귀하디 귀한 손주가 평생 제대로 음식도 못먹게 생겼는데... 내가 모든 것을 지원해 줄테니 다른 방도를 알아봐... >










< 꼭 그년을 납치하셔야겠습니까?... 모든것을 걸더라도... >










< 그래... 그년 때문에 그런일을 당했으니 무슨일이 있어도 그년을 용서할수 없어... >










< 꼭 하시겠다면 돈이 좀 많이.... >










<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할수는 있다는 거야?... >










< 예! 정 원하신다면 야꾸자를 동원하면... 다행히 그쪽에 줄이 닿아 있는 조직이 있기도 하고..




또 일본으로 팔아버리면 감쪽같이 은폐할수도... >










< 야꾸자?... 아는 조직이 있다?... 그럼 빨리 알아봐... 지원은 얼마든지 할테니... >










< 예! 그럼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준비되는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 이번에는 실수가 없어야돼...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










< 염려 푹놓으십시요... 이번에는 절대 실수가 없을 겁니다... >










<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모르는거야.. 알았지?... >










여기까지 들었을 때 진우는 녹음기를 껐다. 명철은 그런 진우를 살기띤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음속의 격동이 너무나 큰 명철이었다.




진우는 그런 명철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들었니?... 박회장과 박쥐파의 두목이 어제 나눈 대화다... 알고있겠지만 상대는 물론 혜경이다.




놈들은 한번 실패하고도 다시 시도하려고 하고있어... 그것도 일본의 야꾸자까지 동원해서..




이것을 너에게 들려준 이유를 알고있니?... "










" ........... "










" 너는 혜경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마다않았다... 그런데 다시 이런일이 생기니... "










" 놈들을 당장 죽여버리겠습니다... "










명철은 진우의 설명에 두눈을 활활 불태우며 나직히 으르릉거렸다.




진우는 그런 명철을 제지하며 명철의 눈을 직시했다.




분노로 거친숨을 몰아쉬던 명철은 그런 진우의 눈에 숨을 죽였다.




진우는 명철의 분노가 조금 가라앉자 천천히 그러나 한자한자 똑똑히 말을 했다.










" 네가 그들에게 빚진것을 갚으라는 의미에서 이것을 들려준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네가 완전히 나아야 되겠지... 네가 다 나으면 너와 나 둘이서... "










" 서방님!... "










" 형님!... 다시 불러봐!... "










" 혀... 형님... "










" 그래 듣기 좋구나... 제발 빨리 나아라... 그래서 너와 둘이서 그 놈들을... "










"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병원에서 시키는데로 뭐든지 하겠습니다.. 빨리 나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놈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










진우는 그런 명철을 다둑이고는 병원을 나섰다.




차에 탄 진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태산같이 쌓여있는 진우였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진우는 조수석에 타고있던 경호원을 불렀다.










" 이제부터 너는 내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시키는데로... "










" 예! 말씀만 하십시요...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










" 우선 박회장과 박쥐파의 동태를 살펴라... 철저하게 근접 마크하고... 매일 보고하도록...




그리고 조사팀에 연락해서 박회장에 대한 것은 아무리 작은것도 조사하라고해...




그것이 설사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고해도.... "










" 예!... 틀림없이 시행하겠습니다... "










진우는 다시 눈을 감고 시트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박회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이제 받은데로... 아니 받은 것의 열배 백배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 다 왔습니다... "










눈을 감으며 박회장의 처리에 대해 생각하던 진우는 들려오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혜경이 다니는 학교 정문이 보이며 차창옆으로 혜경의 경호원이 다가와 문을 열었다.




진우는 차에서 내리며 시계를 쳐다봤다.










" 별일없지?... 이야기는 이미 들었을테니 더 이상 말하지않겠어... "










" 염려마십시요...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진우는 그런 경호원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곤 학생들이 나오고 있는 교문을 응시했다.




잠시후! 학생들이 좌우로 갈라지는것을 본 진우는 절로 입가에 쓴 미소를 지었다.




몇번을 경험한 일이지만 볼때마다 어색함을 느끼는 진우였다.




순진하고 예쁘게 생긴 혜경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 오빠!~~~ "










아무리 멀리서도 다른 사람과 구별할수있는 아름다움을 구비한 혜경은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교문으로 걸어나오다 손을 들어 반기는 진우를 발견하자 함빡웃음을 지었다.




날듯이 달려오는 혜경의 입에서 진정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한달음에 진우에게 달려온 혜경은 주위의 눈을 의식하지도 않고 진우의 품에 안겼다.










" 이런... 사람들이 보잖아?... "










" 흥! 보라죠!... 내가 뭐 못할짓을 하고있나? 뭐!... 혜경이 많이 기다렸어요?... "










" 아니... 조금전에 왔어... 그렇지만 혜경이를 기다리면 일분이 한시간, 아니 하루같아서... "










" 저도요... 나오면서 오빠가 안와있을까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










혜경은 진우의 품에서 몸을 뗄 생각을 전혀 하지않은체 예쁘게 종알거렸다.




그런 혜경이 더없이 예쁘기만 한 진우였다.




한동안 그런 혜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로 답하던 진우는 혜경의 친구들이 인사를 하자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그런후 금방 혜경 친구들의 비난이 쏱아진건 말할것도 없었다.










" 어휴!.. 좀 떨어져라... 눈꼴 사나워서... "










" 진짜 못봐주겠네... 꼭 저렇게 티를 내야될까?... "










" 못살아... 내가 빨리 시집을 가던지 해야지.... "










그런 혜경 친구들의 말에 진우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슬그머니 혜경을 밀어냈다.




그러나 혜경은 그런데 끄떡도 하지않는다는듯 더욱 진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친구들을 도끼눈으로 째려보았다.










" 어린 계집애들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언니와 형부앞에서... 그냥 콱!... 




오빠 어린애들이 질투하는거니까 신경 쓸거 없어... 우리 어서 가요... "










진우는 혜경과 친구들이 짖고 까부는것을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보다 혜경의 말에 얼씨구나하고 대강 인사를 한후 혜경과 함께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자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는 진우였다.




천하에 무서운 것이 없는 진우지만 혜경의 친구들은 진정한 강적이었던 것이다.










" 킥킥... 오빠! 곤욕스러웠나보네... 하여튼 계집애들이 못됐어... 그렇지! 오빠~~~




혜경이 처럼 착하고 얌전하면 어디 덧나나... "










" 윽! 혜경이 네가?... 뭐?... 착하고 얌전하다?... 음! 혜경아! 너 혹시 소쿠리 장수가 한 말 




들어본적 있니?... 천고의 명언을 했는데... "










" 오빠!~~~ 그럼 내가... 응?... 소쿠리 장수?... 무슨 말을 했는데?... "










진우는 혜경의 말에 하마트면 숨이 넘어갈듯 한 충격을 받았다.




진짜 자신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진우였다. 진우는 그런 혜경에게 진지한 어조로 질문을 했다.




진우의 말에 화를 내던 혜경은 진우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을 했다.




그런 혜경을 보고는 진우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웃음을 보자 혜경은 어쩐지 불안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 응!.. 소쿠리 장수가 뭐라고 했는가 하면... 잘들어라..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너무나 훌륭하고도 가슴 사무치는 말을 했거든... "










" 아이참... 답답하게.. 혜경이 잘 듣고 있으니 어서 이야기해요... "










" 뭐라고 했는가하면... 니 꼬라지 니가 알아라... 카! 명언이다. 명언... "










" 니 꼬라지 니가 알아라?.... 무슨 뜻이지?... "










진우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입을 열었다. 얼굴에는 웃음기를 가득담고서...




혜경은 진우의 말에 금방 해석이 안되는지 진우의 말을 몇번이나 곰씹고 있었다.




다음 순간 혜경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두눈에 불꽃을 활활 태우며 진우의 얼굴을 노려보는 혜경이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보자 자신이 좀 심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그러니까... 뭐예요?... 혜경이가 절대 착하지도 얌전하지도 않다는 말이죠?... 그런거예요?.. "










"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러니까 그게... "










" 오빠!~~~ 지금 혜경이 몹시 화가 났.... 읍!... "










칠옥타브를 넘나드는 혜경의 말에 진우는 당황한 듯 손을 저으며 변명같지도 않는 변명을 하였다.




그것은 혜경의 분노에 기름을 붇는것과 진배없는지라 혜경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혜경의 목소리는 다음 순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진우의 필살기!... 모든 여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키스 세레가 혜경에게 퍼부어진 것이었다.










잠시 화난 심정으로 키스를 퍼붙는 진우를 밀어내려고 앙탈을 하던 혜경은 금방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진우의 목을 미끈한 팔로 감아갔다.




사랑이 넘치는 키스는 장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한참만에 입술을 뗀 진우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 농담이야!... 우리 혜경이가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다른 사람이 그말을 했다면....




내년 오늘이 바로 그사람의 제삿날이다...제삿날... 사랑해... "










" 힝~~~ 오빠 미워~~~ 자꾸 놀리면 진짜 미워할꺼야... 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










혜경은 얼굴을 살짝 지푸리며 가볍게 투정을 했다.




그러나 그런 투정 속에는 금방 감지할수 있는 사랑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이마에 살짝 입을 갖다댔다.




혜경은 예쁜 눈웃음으로 진우의 행동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 혜경아! 옷차림을 바로해라.... "










" ....... "










" 집안과 사문의 어르신들을 뵈울거니까... 조신하게 행동해야한다... "










" 엑!, 나에게 그런 말은 한마디도... 어떡해... 혜경이는 너무 떨려서... "










" 나도 얼마전에 들어서...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라... 할아버지도 계시고... 나도 있잖니... "










" 그래도... "










집에 도착하자 진우는 혜경에게 갑자기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조금전까지 혜경과 농담을 주고받던 진우가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의 카리스마를 발하며 사람을 누르는 기운을 내품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에게 혜경은 잠시 투정을 부리다 입을 닫았다. 진우의 기운에 주눅이 든것이었다.










( 와! 오빠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 그런데 너무 멋있어... )










혜경은 눈부신듯 진우를 바라보다가 성큼 성큼 걷는 진우를 부지런히 쫒아갔다.




넓은 집안 곳곳에는 전에 보지못했던 검은 양복의 건장한 청년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은 진우와 혜경을 보자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진우는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며 지나갔지만 혜경은 그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깊숙하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했다.










" 오빠!... 이사람들은 다 뭐예요?... 우와!...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










" 으응!... 어른들을 경호하는 사람들이야... 좀 어색하겠지만 금방 익숙해 질거야... 




다왔네... 조심스럽게 행동해야한다.... 처음보는 어른들도 계시니까... "










" 예!.... "










진우의 말에 아직도 불편한 혜경은 연신 답례를 하며 짧게 대답했다.




온몸에 긴장으로 인해 식은 땀이 절로 솟는 혜경이었다.




문앞에 서서 혜경을 돌아보는 진우의 얼굴에도 가벼운 긴장의 빛이 돌고 있었다.




혜경은 그런 진우를 보고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 뭐!... 일단 부딪혀 보는거지.... 설마 잡아먹기야 하겠어.... 혜경아! 힘... 힘내자... )










( 오늘의 모임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변수가 될것이다... 잘 설득해야 할텐데...




그럴려면 혜경이가 좋은 인상을 남겨야.... )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던 두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색한 미소였지만 조금은 긴장이 해소되는 혜경이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보고는 코치를 할까 생각하다 금방 생각을 바꾸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아직도 약간 긴장하고 있는 혜경의 손을 꼭 잡아준뒤 문을 열었다.










" 우와!.... 읍!... "










혜경은 문이 열리며 커다란 방에 좌우로 수많은 사람이 길게 앉아있는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다 아차하는 마음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혜경에게 쏠리자 혜경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했다. 그런 눈초리에 어쩔줄 몰라하며 허둥대던 혜경을 살려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 허허허... 우리 새아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니 놀랐나 보구나... 이리로 오너라... "










인자한 음성에 혜경은 저도 모르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가장 상석에 할아버지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채 자신에게 손짓을 하는것이 보였다.




마치 지옥에서 보살이라도 만난듯 반가운 혜경이었다.




혜경의 눈자위는 금방 벌겋게 달아올랐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데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할아버지 곁으로 걸어갔다.




진우와 혜경이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자 노인은 사람들을 한번 빙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굳히더니 노인답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오년만에 이렇게 전체 회의를 하는구나.... 몇몇 사람이 바뀐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새아기를 소개하마... 알고들 있겠지만 처음보는 사람도 있을테니..




00 권문의 처자로 다들 들어봤겠지만 월하당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다... "










노인이 혜경을 소개하며 손짓으로 인사를 하라고 하자 혜경은 주춤거리며 일어나서는 큰절을 했다.




모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알고 있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지만 몇몇은 놀란 눈초리로 혜경을 바라보았다. 잠시 귓속말을 주고받는등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그런 소란은 노인의 손이 들려지자 금방 조용해졌다.










노인은 그런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눈길을 진우에게 돌렸다.




그 눈길은 진우의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 이미 결심이 굳은 진우였기에 지체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노인은 그런 진우를 잠시 응시하더니 한숨을 푹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중인에게 눈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 그럼 오늘 회의를 소집한것에 대해 말해야 되겠군... 




우리 가문이 대대로 무술을 연마하고 사업에 힘써서 재화를 벌어들인것은 단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란것을 잘알고 있을 줄 안다. 




그것은 이 나라를 부강시키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위해 사회 사업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으며... 또 사회를 좀 먹는 무리들에게 




철퇴를 가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가문이 끝날때까지 이어질것이다... 그런데... "










거기까지 말을 한 노인은 문득 말을 끊으며 사람들을 빙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진우와 혜경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모두의 눈길이 다시 진우와 혜경에게 쏠렸다. 진우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몸을 꽂꽂이 세우고 있었으나 혜경은 주눅이 든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그런데... 감히 그런 우리 가문에 위해를 가하려는 무리가 있어서... "










" 예?.. 누가 감히... "










" 그런 일이... "










" 어느 놈이 감히... "










노인의 말에 일순 방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잘못 들었나 하고 옆사람에게 묻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손을 들었다.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모든 사람들의 눈은 노인의 입을 주시했다.










" 감히 우리 가문을 앞으로 이끌어갈 새아기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번 실패하자 이번에는 쪽발이까지 끌어들여서.... "










" 감히 종부가 될 사람을... "










" 이것은 절대 용서할수 없는 일입니다.. 어르신 그놈이 대체 누굽니까?... "










" 당장 주리를 틀어버려야... "










" 아아... 그만들 흥분하고 어르신의 말씀을 끝까지 들은 후에 말을 합시다... "










사람들이 흥분하여 저마다 한마디씩 하자 나이 지긋한 노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말에 사람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노인은 그것을 보자 입을 열었던 그 노인에게 미소를 던졌다.




답례하듯 노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갔다.










주눅이 든데다 부끄럽기까지 하여 얼굴을 못들고 있던 혜경은 별안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리고 그것이 좀 심각한 듯하자 고개를 들었다.




안그래도 큰 눈이 놀라움으로 더욱 커져있었다.




할아버지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이리저리 돌아보는 혜경을 보자 진우는 그런 혜경의 작은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어서 아버지의 경과 설명이 있자 방안은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박회장을 성토하며 당장이라도 요절을 내자고 떠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한동안 지켜보던 노인은 이럴줄 알았다는 듯 쓴 웃음을 지었다.










( 사람들은 모른다... 천년이 넘게 이어온 우리 집안과 거기에서 파생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단지 그냥 그런 재벌 정도로만 알고있지만... 단지 견줄수 있다면 혜경이의 권문 정도가..




그러나 권문은 은거의 가문... 우리는 정계, 학계, 재계 할것없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박회장! 이제는 내가 자네를 살려두려고 해도 어쩔수가 없어... )










그런 생각을 하며 노인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너무 미련한 박회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도 약간은 자신의 가문에 대해 알고있는 박회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이 다시 눈을 뜨고는 방법론에 대해 말을 하자 준구난방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온갖 이야기로 인해 도저히 중지가 모아지지가 않았다. 










" 좀 조용히들 하게!...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떠들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중지를 모아야지...




형님 다른 생각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시지요.... "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떠들자 아까 사람들에게 말을 했던 노인이 다시 일갈을 했다.




이어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할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여는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노인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진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나?... 저놈이 당사자니 의견을 들어볼까?... "










" 진우의?... 말이야 맞지만 진우는 아직.... "










" 아!... 내가 이야기를 안했군...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진우가 이번에 이번일도 있고해서 지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식으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네.... 그러니 자격은 충분할걸로 생각하네...




물론 이 회의에서 승인을 해야되겠지만..... "










" 반가운 일이군요... 진우라면 자격이 차다 못해 넘치죠... 잘된 일입니다... "










할아버지의 말에 노인은 진정으로 기쁜듯 진우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울러 자리에 모인 일가의 어른들도 모두 진우에게 한마디씩 덕담을 늘어놓았다.




진우는 그런 어른들에게 깊숙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어 할아버지께 한번 눈길을 준 뒤 조금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 여러 일가 어른들께서 부족한 저를 이렇게 환영해 주시니 송구스러워서 얼굴을 들수가 없습니다.




과연 제가 여러 어르신들의 기대에 미칠수 있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










" 허허허... 지나친 겸손이구나... 어릴때부터 신동으로 소문난 네가.... 허허허... "










" 그럼요... 이제 우리 김문이 다시끔 또 한번의 도약이 있겠습니다... 하하하.... "










진우의 겸양에 모두들 아니라는 듯 진우에게 다시끔 덕담을 늘어놓았다.




혜경은 일이 어찌돌아가는지 잘 이해는 안갔지만 결코 진우에게 불리하지 않다는것을 눈치로 때려잡고는 속으로 환희에 찬 탄성을 질렀다.




자랑스러운 듯 진우의 믿음직스러운 잘생긴 얼굴을 보는 혜경의 눈에는 자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 어머!... 오빠!... 너무너무 멋있어... 어쩜 저렇게 말도 잘하는지... 이사람이 내 신랑이라구. 나만 사랑하는 내 신랑.... 거기다 밤에는...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










그렇게 혜경이 진우를 황홀한 눈으로 쳐다보다 엉뚱한 생각을 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진우의




말이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두눈을 불태우며 신념에 찬 진우의 말은 비록 겸손이 들어있었으나 확고한 결심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어르신들께서 주시는 분에 넘치는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일은 저에게 일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일은 우리 가문의 일이기는 하지만 저의 아내에 대한 일입니다.




가문이 나선다면 단숨에 해결할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제가 직접 처리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뜻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










말을 마치며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길게 늘어앉은 집안의 어른들을 둘러보는 진우의 태도는 어떠한 




반대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진우의 그런말에 종손이 직접나서는데 대해 우려하던 목소리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진우의




실력과 머리 그리고 경호원들의 실력을 아는지라 금방 중지가 모아졌다.










모든 일은 진우가 의도한대로 풀려나가자 곧 회의는 끝이났다.




이어 혜경의 차례였다. 음식이 들어오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난무하며 술이 돌았다.




시아버지와 진우에게 이끌려 집안의 어른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는 혜경은 머리가 핑핑 돌았다.




무슨 족보가 그렇게 복잡한지... 혜경의 생각에는 수능을 준비하는 것보다 수백 수천배 어려웠다.










" 이분은 네게 18촌 작은 할아버님 되시는 분이시다... 전에 검찰총장을 하셨다.. "










"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이분은 17촌 숙부시다... XX대학 경영대 학장님이시지... "










" 이분은 .... 이분은 ..... 이분은 ...... "










시아버님이 한분 한분 소개시킬때마다 인사를 하던 혜경은 급기야 눈이 빙빙도는것 같았다.




나중에는 한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혜경이었다.




혜경은 그것을 깨닫자 울쌍을 지었다. 혹시나 물어보면 대답을 할 자신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감지한 진우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피해 혜경에게 속삭였다.










" 혜경아!... 복잡하지?... 걱정할것 없어... 나도 다 모르는데... 천천히 천천히 익히면돼...




그리고 네가 마주칠 일도 거의 없는 분들이니... "










" 그래도?... 혜경이는 머리가 나쁜가 봐요?... 한분도 기억나지 않아요... 어떡해... "










그렇게 울상을 짓는 혜경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후 마저 소개를 끝낸 진우와 시아버지는 혜경을 데리고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마지막 분에게 혜경을 인사시켰다.




중인들을 진정시키던 무섭게 생긴 노인이었다.










" 이분은 6촌 작은 할아버님이시다... 우리 가문의 일을 실질적으로 처리하시는 분이시지... "










" 혜경이가 인사드립니다... "










" 오!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너무 귀여워서, 진우놈이 무슨 복으로 이런 아가씨를...




앞으로 저놈이 말안듣고 나쁜짓하면 내게 말해라... 아주 혼구녕을 내주마... 허허허... "










" 정말이세요?... 할아버님... "










" 응?... 그럼..그럼 정말이지... 내가 거짓말을 하겠니?... 허허허... "










처음에는 험상굿은 얼굴에 조금 주눅이 들던 혜경은 다정한 말에 금방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런 혜경의 말에 노인은 처음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런 혜경이 귀엽다는듯 가가대소를 터트렸다. 할아버지도 그런 노인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 허허허... 자네가 그런 웃음을 짓다니...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걸... 허허허..."










" 허허허...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나도 이런 예쁜 손주 며느리를 볼수 있었다면 결혼을 할걸




그 놈의 무술에 빠져서... 허허허... "










할아버지의 말에 노인은 대답하며 조금은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노인을 보는 혜경은 마음이 조금 아린것을 느꼈다.




혼자라는 말에 얼굴에서 보이는 무서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불쌍한 생각마저 드는 혜경이었다.




혜경은 그런 노인을 잠시 측은한 눈길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그럼요... 혜경이가 손주 며느리가 되드릴께요... 제가 잘해드리면 되잖아요... "










" 응?... 허허허허 "










노인은 뜻밖의 말에 놀란듯 혜경을 쳐다보더니 가가대소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잔뜩어려있었고 가만히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다시 혜경을 쳐다보는 노인의 눈에는 사랑스러움이 잔뜩 담겨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을 대견한듯 쳐다보고있었다.










*** 허걱! 글 올리려고 접속했더니 비슷한 제목에 있어서.....




이걸 올려야 되나 말아야되나 고민 고민하다 올립니다... ㅎㅎㅎ




그리고 공지사항.... 




일단 쓸수 있는데 까지 써 볼 생각입니다.




몇편이 될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한편이 너무 짧다는 분 많아서 최대한 늘렸습니다.




이 이상은 무리니 이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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