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 - 42부

야설

존재의 의미 - 4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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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직장생활의 시작






















조금은 어색한 직장생활이지만 멋지게 한번 해 보리라는 마음을 다잡은 동식은 다른 사원들 못지않게 부지런을 떨었다. 출근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거의 지하에 있는 창고에 들어가 박스를 이리저리 옮기고 실제 수량과 장부에 기록된 것과 맞추어 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실제로 하나하나 확인하니 정확하게 맞는 물건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동식은 이들 제품의 진열이 정리정돈이 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는 생각에 선반을 만들어 배치하고 각 선반마다 제품명과 사이즈와 수량을 기록된 표를 만들어 부착하고 하나씩 정리를 해 나갔다.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잠시 인사하고 창고로 들어가면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회사 앞의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다시 창고로 들어가 퇴근할 무렵까지 땀을 흘렸다.






















주말이 되면 동식은 시골에 다녀온다면서 연희네 집으로 갔다. 연희 어머니 은애는 동식과 몸을 섞은 뒤부터 주말만 되면 동식을 기다리는 것이 큰 낙이었지만 동식 곁에 달라붙어 있는 연희 때문에 마음과 몸만 뜨겁게 달아올랐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연희가 화장실에 가거나 안보는 틈을 타 동식의 사타구니를 슬쩍 문질러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쉴 뿐이었다. 연희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에서 동식의 물건을 부둥켜안고 지샐 수는 없어 주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차안에서 즐기기도 하고 러브호텔로 들어가 뜨겁게 샘솟는 욕망을 채우곤 했다. 






















직장에서 동식은 성실한 자세로 일하자 점차 그의 존재가 빨리 인정되고 서로가 거리낌없이 잘 대해주게 되었다. 연희 아버지인 사장도 이러한 평판에 속으로는 대견하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애써서 표현하지는 않았다. 또한 특별히 사장실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고 두 달이 되도록 사장실에 들어간 것은 어저께 자재과장이 업무 보고를 위해 동식을 대동하고 들어간 것이 전부였다. 사장실의 미스 최는 여전히 잔잔한 미소로 맞이하였고 그녀의 곁을 스치며 느끼는 향기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가 했다.






















비가 내리지만 조금은 후텁지근한 날에도 동식은 여전히 창고에서 제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냉방 시설이 되어 있지만 한차례 제품을 출고 시키고 나니 조금은 더운지라 웃옷을 벗고 런닝 차림으로 잠시 쉬고 있는데 사무실의 미스양이 창고로 들어왔다. 손에는 시원한 음료가 들려있었다. 






















“어 미스양 어쩐 일이야?”










“날씨가 덥길래 동식씨 마시라고 음료수 가져왔어요. 좀 쉬면서 하세요 좀…”










“허허…고마워….날 생각해 주는 사람은 미스 양 뿐이네?”










“자 어서 마셔요….”






















음료수를 건네 주는 미스 양의 손이 동식의 손에 잠시 스쳤다. 병을 들고 있는 미스 양의 손길 참으로 곱다고 느꼈다. 갸름한 손가락은 적당히 살이 올라 매끈하고 길쭉한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책상 옆의 간이 의자에 가지런히 앉아서 동식과 마주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미스 양의 모습은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이었다. 양 미경.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그녀는 이제껏 남자를 사귀지 않았다. 남자 친구는 몇몇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교제를 해 보지 않았기에 늠름한 체구와 우직하게 일을 하는 동식을 보고 매력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 자연스럽게 창고까지 찾아와 음료수를 건너게 되었다.






















동식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린 두 손이 빈 음료수 병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미스 양의 자세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천천히 움직이는 그녀의 매끈한 손가락에 시선이 고정되면서 마지 그 손가락이 자신의 물건을 만져주는 듯한 상상에 빠지면서 갑자기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올라오면서 양 볼이 조금 붉게 물들고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순간 미스양은 사무실로 올라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식씨 수고해요. 난 그만 올라가 볼께요. 이따봐요”










“그래 고마워. 잘 마셨어. 그 빈병 이리줘 내가 치울게”










“에…여기….”






















빈병을 건네 받는 동식은 순간적으로 미경의 손을 잡아 끌어 그녀의 손등에다 입술을 맞추었다. 화들짝 놀란 미경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은근하게 잡아 끄는 힘에 이끌려 손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손등에 입술을 대었던 동식이 이번에는 손을 뒤집어 손바닥에도 입술을 대어 보고 다시 매끈한 팔뚝을 따라 입을 맞추더니 집게 손가락을 입안으로 당겨 넣어 힘껏 빨아 들인 뒤 살짝 깨물고 손을 놓았다.






















“어머…어머…동식씨…..왜이래요…..어머..어머..싫어…”










“미..미인해….미경이가 너무 고맙고…손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미안해…”










“아이…몰라요….이러지 마세요…..그렇게 안 봤는데….치….”










“미..미인해…너무 예뻐서….”










“나…갈래요….다시는 여기 오나 봐요”






















찬바람이 일어나듯 휙 하고 돌아선 미경은 급한 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섰다. 문을 닫기 전 뒤를 돌아보는 얼굴 표정에서는 그리 싫지는 않은 듯이 작은 미소와 목덜미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문을 닫기 전에 동식을 향해 혀를 낼름 내밀고는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았다. 미경은 동식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처음에는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하였지만 자기의 손이 너무 예뻐서 그랬다며 손등이며 손바닥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추고 또 손가락을 입안으로 빨아들이며 살짝 깨무는 그 순간은 자신도 모르는 그 어떤 짜릿함이 이제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 야릇한 스릴과 긴장과 흥분이 온 몸을 감싸 돌아 비명을 지를 뻔했다. 






















부리나케 빠져나가는 미경의 뒷모습을 보는 동식은 혼자서 싱긋이 웃음을 머금었다. 경애부터 시작해 춘자와 연희를 만나고 또 인숙과 은애를 겪었지만 미경은 어쩐지 청순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어 흐뭇하기까지 했다. 단지 그녀는 가녀린 여성으로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 동료고 친구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너무도 예뻐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이지만 그녀가 그리 싫어하지 않은 표정이기에 내심 다행이라 여겼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결혼을 해야 하기에 주변의 여자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경애였다. 마치 부부처럼 지내 온 지 벌써 여러 달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 사무실로 올라가니 벌써 퇴근한 사람도 있고 또 퇴근 준비를 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은 동식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자 다들 먼저 퇴근한다고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미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나섰다.






















“미경이 퇴근해?”










“네…먼저 갈께요…..안 나가세요?”










“응…나도 다됐어. 미경이 저녁에 약속있어?”










“아니요. 왜요?”










“응…아까 미안해서 사과하는 뜻으로 저녁이나 같이 했으면 해서….”










“아니 됐어요. 사과할거까지는 없어요….”










“아냐…괜찮다면 저녁 먹고 가?..”










“호호…그래요. 그럼…어서 나가요…”










“그래…잠깐만……”






















책상 위를 서둘러 정리하고 자리에 일어선 동식은 미경의 어깨를 툭 치면서 눈을 찡긋했다. 그러자 미경은 피식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나갔다. 미경도 동식을 남자로 생각하기에 앞서 동료로 생각하고 거리감 없이 대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둘은 회사얘기를 나누는 것이 여느 직장인들과 다름이 없었다. 미경을 도로변에 잠시 세워 두고 동식은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끌고 나와 미경을 옆 자리에 태웠다. 






















“동식씨 어디까지 가려고?”










“응….저기 과천쪽으로 조금만 가면 내가 잘 아는 집이 있어… 아주 맛있어…”










“무슨 음식점인데?”










“고기집….갈비 먹자구…”










“아휴, 그 비싼 갈비를?”










“괜찮아. 내가 오늘 사과하는 뜻으로 저녁 살게.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돼..”










“알았어요…그럼”










음식점에 도착한 둘은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동식은 미경에 대해 기본적인 몇가지만 물어보았지만 미경은 동식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니 집에 돈이 많다거나 또 회사는 누구 소개로 들어왔냐는 등 동식이 대답하기에는 많이 망설여지는 내용들이라 대충 얼머부렸다.






















“미경이 그런 것 좀 그만 물어봐….뭐가 그리 궁금해?”










“아니 그런게 아니고….그냥 궁금해서요….”










“미경인 남자 친구 있어?”










“아니 없어요….동식씬?”










“난 있지…아마 내년 봄에는 결혼을 해야할 것 같아…”










“정말?…..여자친구 이뻐?”










“응 조금….됐어 그만해….정말 남자친구 없어?”










“네…이번 주말에 선 보기로 했는데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요”










“그래?….나 같은 놈만 아니면 되지 뭘….”










“어머?…..동식씨가 어때서요? 잘생겼지, 건강하지, 또 일잘하지…또..”










“또 뭐?….”










“응큼하지……호호”










“뭐?…….하하하….참, 남자가 맘에 들면 나 소개시켜줘….내가 저녁한번 살게”










“아니 됐어요. 동식씨가 뭔데?”










“나?…….미경이 남자 친구…보호자….”










“어머어머…참…웃기고 있네…”










“아냐….나 정말 그러고 싶어…다른 뜻은 없고 미경이가 워낙 착실하니 그저 남자친구로 있으면…”










“정말이예요?…..그럼 정말로 친구로만 지낼 수 있어요?”










“그럼, 정말 그러고 싶다니까…”










“사실, 나도 그러고 싶었어요. 결혼할 여자는 있으니 애인은 아니구 그냥 친구로…”










“그래…그럼 지금부터 우린 친구다…..말부터 편하게 하자고”










“그래…자…우리들의 우정을 위해 건배…”










“아쭈~…하하하”






















둘은 밝은 얼굴로 마주보며 술잔을 부딪히고 음식을 함께 했다. 누가 보아도 아주 자연스러운 관계로 보였다. 식사를 마친 뒤 미경을 태우고 집 앞 골목까지 데려다 주고는 동식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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