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 3부4장

야설

알바 - 3부4장

avkim 0 1209 0

** 경고 : 앞 글에서 댓글 추천 깜빡하신 분들 .. 

급하게 그냥 건너오시면 다음부터는 바로 올리지 않겠습니다. .. ㅋㅋ







** 토론토시에서 보내주신 쪽지들, 정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토론토시에는 가본 적은 있어도 거주했던 적은 없습니다. - Ja"dore -



















150. 지혜야. 사랑스런 지혜야.










[1] 

최은희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통화 내용을 얘기했다.










"목사님과는 내일 저녁 6시에 만나는 것으로 했거든.

이 약속은 꼭 지키자."




"알았어요. 누나."




"어쩐다지? 와인이 딱 한 잔밖에 없네. 지혜 네가 마실래?"

"와아아. 언니가 진정한 내 편이네요. 고마워요."




"지혜는 얼굴을 보면 나이 어린 것이 너무 뚜렷하게 표시가 난단 말이야.

이런 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큰 일 나거든. 눈치껏 마셔라."




"하아. .. 그렇게 표가 나요?"

"지혜 너는 다른 것은 다 속여도 나이랑, 태현씨 좋아하는 것은 못속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는 안돼."




"예에?"










지혜가 감짝 놀랐지만, 최은희는 모르는 척 해버린다.




최은희는 장을 봐야 한다면서, 병원 뒤에 대형 슈퍼마켓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나는 쥬스, 과일, 와인, 양초, 치즈 그리고 다른 것들을, 최은희는 자기가 사야 할 물건들을 샀다. 내가 쇼핑카트에 와인 다섯병을 담았는데, 이라는 나를 바라보는 지혜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우리 방으로 갔다. 나는 사온 물건들을 정리했고, 최은희는 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최은희가 침실에서 큰 소리로 지혜와 나를 불렀다.










"이럴 줄 알았어. 태현씨! 서지혜! 이리 좀 와봐."

"언니, 왜요?"

"어. 누나?"




"둘이 어제 밤에 잠을 어떻게 잤어?"

"예?"

"무슨 말이지?"










최은희가 던진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할 말을 잃고, 어린 지혜는 무슨 일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최은희의 표정은 토론토의 거리의 겨울 날씨처럼 차갑게 변해있다.










"두 사람은 가족도 아니고, 지혜는 미성년자거든. 

둘이 같은 침실을 사용하면, 태현씨가 쇠고랑을 차야 해."










아. 이제 무슨 일인지 나에게 감이 온다. 최은희는 지금 침대 두 개가 약 1미터의 공간을 두고 같은 방에 들어있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지혜가 이상하다는 둣이 최은희에게 묻는다. 갑자디 변해버린 최은희의 차가운 태도에 지혜가 당황스러워한다.










"언니. 침대가 따로 떨어져 있어도 그래요?"

"누나. 그렇다고 지혜를 다른 방에서 혼자 자게 할 수는 없잖아요?"




"여러 소리 할 것 없어.

지혜는 우리 집에서 자든가, 아니면 방을 한 개 더 얻어."




"언니. 그럼 방 한 개를 더 얻을게요."

"누나. 그러지 말고, 차라리 1인실 두 개를 얻죠?"




"어떻게 하든, 지금 당장 프론트로 내려가요!

아니다. 기다려요. 내가 내려가서, 내 이름으로 얻을게."










최은희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소파에 벗어둔 파커를 몸에 걸치고 핸드백을 찾는다. 나는 최은희를 말려야 했다. 지금 벌써 시간이 늦었으므로, 방값 계산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이 방을 체크아웃하고 새로 방을 얻어서 옮기겠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최은희는 알았다는 듯이 흥분을 가라앉힌다.










"어제 밤에 둘은 아무 일 없었지?"

"언니. 우리 정말 아무 일 없었어요."




"지혜야 어리니까 뭘 알아?

그런데 태현씨는 성인이면서 왜 그렇게 무책임해?

지혜 엄마나 아빠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되겠어?"




"누나. 미안해.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










최은희는 답답하다는 듯이 자기 가슴을 친다. 지혜는 마치 죄인인 듯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소파로 나왔다.










"태현씨. 우리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

갑자기 혈압이 올랐었나봐. 배가 엄청 고프네." 




"누나. 이 나이에 벌써 고혈압이야?"

"노처녀 히스테리지. 뭐."










우리는 아까 갔었던 그 카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최은희는 메뉴표를 보더니 주문을 받는 여직원에게 오늘은 콤보로 무엇이 나오냐고 물었다. 여직원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가제 또는 연어가 같은 접시에 나온다며, 먹어보라고 추천했다. 최은희는 스테이크와 연어 콤보와 스테이크와 가제 콤보를, 그리고 자기는 그냥 스테이크만을 주문했다. 지혜에게는 포도 쥬스를, 그리고 나에게는 칵테일로 블러드 시저를 주문했는데, 보드카와 토마토 쥬스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자기는 운전을 하고 집에 가야 한다며 커피를 마신다.










"와아. 언니 아까 화내니까 엄청 무섭던데요?"

"지혜야. 너 설마 태현씨가 감옥에 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




"하아. .. 어쩜 그런 무서운 말을 나한테 .."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도, 여기 있는 나나 태현씨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지혜가 건강하고, 아름답고, 착한 여인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고 있어.

어른들이 지혜를 도와가면서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

태현씨가 정신 나간 짓을 한다고 함부로 몸을 내던지는 일은 없어야 해요. 알겠니?"




"언니는 그런 걱정 아예 안하셔도 괜찮아요.

저 오빠는 정신 나간 짓 절대로 안해요. 완전 괴물이라니까요."




"그건 내가 알 일이 아니야. 

지금 한수정이 죽느냐 사느냐에 서있는데, 쓸데없는 일로 사건을 만들지 말라고."




"네. 알았어요."










식사가 끝난 후에 최은희는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그녀를 주차장까지 배웅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나와 지혜는 자기 전에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지혜는 촛불을 켜고, 나는 와인병을 열었다. 지혜는 치즈를 꺼내오고, 귤껍질을 벗긴다. 우리는 나란히 앉았고, 나는 와인을 종이컵에 따른다.










"건배."

"건배."










우리는 치즈와 귤을 씹어 삼키면서 와인을 마셨다.













"지혜야. 우리 이러다가 알코올 중독자 되면 어쩌지?"

"글쎄. .. 설마 그렇게야 되겠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것도 벌써 알코올 중독의 시작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술을 마실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하자고 했잖아?

오빠가 내 말 안듣고 고집부리면서."




"중독은 마찬가지야. 이거나 그거나.

방금 전에 최박사님 얘기는 벌써 다른 귀로 나가버린거니?"




"아아. 몰라. 몰라."










지혜는 두 컵을, 나는 다섯 컵을 마시고 자리를 끝냈다. 










"심심하지? 괜히 따라왔지?"

"아니야. 하나도 안심심해."




"지금쯤 집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텐데 .."




"여기서 오빠랑 누나랑 이것 저것 하는 것 보는 것도 나름 좋아.

두 사람 다 어른이라서 역시 다르네."










양치하고 자리에 눕는데, 지혜는 정말 얌전하게 자기 침대로 눕는다. 지혜가 내게 등을 보이고 누웠다.










"오늘은 오빠랑 키스 안할래. 오빠가 쇠고랑 차면 안되잖아."

"공주님. 그럼 앞으로는 개과천선을 하시겠습니까?"




"내일 방 두 개 되면 또 모르지."




"지혜야. 그런 것은 습관이거든. 자꾸 하면 버릇 된다고."

"오빠만 보면 자꾸 생각나고, 하고 싶은데, 어쩌라고?"




"하고 싶다고 막 해?

그렇게 하고 싶을 때, 안하고 참는 것도 배워야 하거든요."




"그러는 자기는?

내가 키스하면 자기도 얼씨구나 하고 같이 빨면서."




"이러언. 그럼 앞으로는 절대 안한다."

"그래 보시등가."




"......"




"오빠."

"어?"




"나랑 키스 안하고도 잘 수 있어?"

"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지금 눈이 감기거든. 엄청 피곤해."




"오빠꺼 안커졌어?"

"커졌지."




"어떡해? 그래도 잠이 와?"

"그럼. 나한테 잠이 오는 것은 그거랑은 상관 없나봐."




"뻥치지 말고. 내가 빨아서 빼줄까?"




"괜찮다니까. 

내 걱정 하지 말고 빨리 잠이나 자요.

내일도 방 옮기고 병원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해.




"신기하네. .."










그런데 한참 자다가 보니까, 지혜는 또 내 침대로 와서 나랑 이불을 같이 덮고 자고 있다. 나는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 가지 않았는데도, 내 남성은 자고 있다. 내 잠옷 바지도 엉덩이에 걸려있다. 설마?




지혜를 바라보는데,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애처로울까? 나는 지혜를 당겨서 안았다. 지혜가 한마디 한다.










"안할거라며?"

"그 말 했다고 삐졌 읍.. 으읍. .."










지혜는 내 입술을 빨면서 내 입으로 혀를 밀어 넣는다. 지혜의 입에서 치약 냄새가 난다. 우리는 한참을 키스만 했다. 지혜가 피곤하다면서 먼저 잠들고, 나는 화장실에 갔다 와서야 잠이 들었다. 이럴 때는 내가 젊은 남자라는 사실이 싫다.













[2]

다음날 아침에 나는 프론트에서 1인실 두 개를 얻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한 개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방을 얻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방 문제는 일단락 짓는 것으로 했다.




우리는 서둘러서 지혜의 짐을 작은 방으로 옮기고, 호텔을 병원으로 일찍 출발했다. 지혜가 병원까지 걸어서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쌓인 눈은 녹지 않는다. 바람은 차고, 체감온도는 확실히 서울보다 떨어진다. 토론토가 서울과 기온은 같다고 하더라도 훨씬 춥게 느껴진다. 




처음에 나는 최은희가 나와 지혜가 사고칠 것을 걱정해서 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짧은 생각이었다. 만일 우리가 언론에 나서게 된다면, 우리에게 흠 잡힐 구석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옳은 생각이다. 이 점에서 나는 최은희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물론 지혜는 아무 생각 없이 잔뜩 겁만 먹고 있었지만. ..




지혜가 내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우리 엄마 .. 완전 사악하지?"

"엄마가? 엄마가 왜? 무슨 일 있었니?"




"어제 저녁에 은희 언니가 왜 열 받았겠어?

분명 엄마가 언니를 그렇게 하라고 시켰을거야."




"뭐라고? 왜 갑자기 엄마가?"




"생각해봐. 언니가 그 정도로 열 받아서 꼭지가 돌았으면, 한국말로 그랬겠어?

내 생각에는 언니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떠들었을 것 같은데?

그 말은 .. 화도 안났으면서, 괜히 화난 척 연기를 한거지."




"그럼 최박사님이 자기는 관심도 없으면서, 엄마의 부탁으로 그랬다고?"

"아니면, 마음 속으로 오빠를 사랑하면서, 나랑 오빠를 질투하든가. 안그래?"




"와아아. 어떻게 지혜가 그런 생각도 할 줄 알아?"













[3]

우리는 한수정의 병실에 도착했다. 텅 빈 병실에 한수정이 혼자 누워 있다. 한수정에게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잠시 후에 회진하는 의사들이 와서 어제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갔다.




나는 한수정의 손을 잡고, 한수정의 이마에 내 입술을 대고 지긋이 누른다. 지혜가 내 귀에 입을 대고 조용히 말한다.










"오빠. 언니 이불을 걷어볼까?"

"왜 그러는데? 다리나 허리, 어디 또 다쳤으면 어쩌려고?"




"아니. .. 다리나 어디에 붕대를 감은 곳이 있나 보려고."




"괜한 짓 하지 말고, 지금 이 대로 그냥 두자.

의사나 간호사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




"걱정이 되니까 그러는건데?"

"그 걱정은 마음 속으로만 해."










한참 있다가 우리는 병실을 나왔다. 우리는 카페테리아로 가서 어제처럼 아침을 먹었다. 지혜가 최은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한글 자판이 없다. 지혜는 불러주고, 나는 영어로 써 주었다.










"호텔 방을 한 개 더 얻었다. 한수정 상태도 어제와 같다."










아침을 먹고나서 우리는 호텔까지 걸어가서 차에 탔다. 










"어디로 가볼까?"

"한수정 언니가 다니는 토론토 대학?"













[4]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는 1827년에 설립된 학교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훌륭한 업적도 많다. 이 대학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만해도 10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현재 12개의 칼리지가 토론토 시의 3곳의 캠퍼스에 흩어져있다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세인트 조지(St. George) 캠퍼스이다. 학생이 6만명, 교수가 1만명 정도가 여기서 공부한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수많은 건물들. 우리는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건물, 넓은 잔디밭을 둘러보았다. 이 대학의 엄청난 규모에는 나도 기가 죽어버렸다. 우리는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넓은 잔디밭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지혜는 우리 나라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는 구경한 적이 있니?"

"아직. 오빠가 구경시켜준 오빠네 대학이 전부야."




"그럼 여기 이 토론토 대학은 어때?"




"글쎄? 뭘 알아야 뭐라고 말을 하지. 

어쨌든 건물 하나하나는 엄청 마음에 든다.

이 정도면 큰 대학인가?"




"크지. 엄청 커. 우리 나라 대학들이랑은 비교가 안돼."

"와아. 나도 여기 다니고 싶다."




"너도 참. .. 무슨 대학교를 건물 보고 다니냐?"




"우리 중딩때는 그랬어.

가고싶은 고등학교를 고를 때에 교복을 보고 맘에 들면 그 고등학교를 고르거든."




"뭐야? 와아아. 엄청 천재들이네."

"지금 욕한거지?"




"하하."




"오빠. 나 이 대학에 다지고 싶어. 진심이야. 

오빠가 어떻게 힘 좀 써줄래?"




"진짜 어이없다. 내가 신이냐?"

"당연하지. 나한테는 오빠가 신이지. 오빠 때문에 일등급이 나오잖아."




"돌겠네."

"왜?"




"어제는 프랑스어를 배우겠다.

오늘은 토론토 대학에 다니겠다.

어떻게 된 것이 매일 새로운 것이 한 가지씩 생기냐?"




"그러니까 내가 오빠한테 고마워하지.

이번에 오빠를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미친 듯이 공부만 했을거잖아?

여기 와서 보니까, 나한테 빈 자리들이 얼마나 먾은가,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




"뭐가 비고, 뭐가 부족한데?"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게획도, 의욕도, 욕망도 없고,

학교나 집에서 시키는 대로 그냥 하루하루를 살고 있잖아?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알겠다고.

오빠는 옛날에 이맘 때 어땠어?"




"나도 지혜 너랑 똑같았어.

우리 과학고는 수학 여행을 호주로 갔었어.

그 전에는 현장 학습을 미국 MIT, 파리, 런던으로 갔었거든.

돈 많은 집 애들이 돈지랄 한다고, 비싼 여행 다닌다고 신문이나 TV에서 엄청 욕도 먹었지.

그런데 그런 곳에 가서 보니까, 지금 네가 말한 생각들이 나한테도 드는 거야.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랑, 와서 현장을 보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내가 따라오는 것을 오빠가 반대하지 않았구나?"

"그래. 그런데, 지혜가 이런 생각을 야무지게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오빠. 너무 고마워. 사랑해. 진심이야.

나 오빠한테 엄청 잘할게."













지혜가 나를 안는다. 그리고 까치발을 디디기까지 하면서 내 입술에 키스를 한다. 나도 지혜를 안았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낳아서 키우기만 하잖아?

그렇지만 오빠는 내 속에 있는 빈 곳들을 하나씩 하나씩 엄청 꼼꼼하게 채운단 말이야.

이러니 내가 오빠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겠어?"




"너 .. 사랑하는 것이 뭔지 알기는 하니?"




"내가 몇살인데 그걸 모르냐?

오빠가 한수정 언니한테 하는 것이 사랑 아닌가?"










지혜가 하는 이 말에 나는 감동을 먹는다. 지혜는 이 세상을 생각없이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나름대로 야금야금 소화를 해서 영양분을 쪽쪽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지혜가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 공주님이 나를 그렇게 예쁘게 봐주시면 내가 고맙지."

"자꾸 공주 공주 할래? 나는 공주가 아니고 여신이거든요."




"그래. 우리 여신님."










비록 두꺼운 옷을 입고는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안았고, 서로의 등을 토닥였다.
















[3]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서 한수정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서 카페 레스토랑에서 돈까스로 점심을 때웠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목사님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은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만나는 약속은 취소했거든.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

태현씨, 지금 어디야? 호텔로 가면 되나?"




"1층 카페레스토랑."

"20분만 기다려. 지금 출발해."










한참 후에 최은희가 도착했다. 그녀는 자기 은행의 법무팀에 있는 변호사로부터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그 변호사가 경찰에 알아보더니, 경찰은 한수정으로부터 증언이 필요하지만, 한수정이 혼수상태이므로 깨어날 때가지 기다리겠다고 했단다. 




변호사는 한수정이 토론토 대학 건축학과에서 공부하며, 한수정이 연구한 것을 세계적인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성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만일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시간을 끌게되면, 한수정 측에서는 토론토 대학 학생회, 교수회, 그리고 각종 종교단체들과 여성단체를 움직여서 언론화 시키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했다.










"누나. 그런데, 경찰 말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한수정의 증언 때문이라면. .."




"맞기는 뭐가 맞아?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러다가 혼수상태인 한수정이 만일 깨어나지 못하면 어쩔건데?"




"그럼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혹시 블랙박스?"




"그래. 요새 차마다 블랙박스 다 붙어있거든?

한수정 차가 폐차되는 바람에 그것을 찾지 못하는 것이 경찰이 내세우는 문제야.

그렇다고 따로 증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물차 블랙빅스 만으로는 안되나?"




"그럼 쌍방과실일 가능성이 있거든.

한수정이 화물차가 속도를 줄이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사거리로 진입한 것도 시비를 거네.

그러려면 신호등이 왜 있냐?

우리는 경찰이 말하는 것을 뒤집어 엎고, 한수정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단말이야."




"그럼 결론은 한가지네.

폐차장에 가서 그 블랙박스를 찾으면 되잖아?"




"맞아. 그걸 경찰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안하는거야."




"연말이라 인력이 부족한가?"

"안되면 야근이라도 해야지."




"그런데, 그 목사님은 왜 안만나려고 해?"




"곧 크리스마스거든. 이 때가 교회나 성당이 제일 바쁠 때 아니겠어?

목사님께서도 바쁘실텐데, 황금같은 시간을 괜히 우리 때문에 쓰시면 되겠어?

일단은 우리가 경찰에게 경고를 했으니까 어떻게 나오나 두고 보자고.

언론플레이는 그 다음에 하고."




"그래. 크리스마스 때는 아무래도 다들 쫌 그렇겠지. 우리도 조금은 기다려주자."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지혜는 창 밖으로 바깥 세상을 구경한다. 지혜의 얼굴에는 불만스러워하는 표정은 없다.










[4]

우리는 저녁까지 먹고 호텔 방으로 올라왔다. 지혜는 어제처럼 소파에 와인을 마실 준비를 한다. 나는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송실장이 보낸 이메일에 한수정의 아버지가 토론토 시간으로 12월 23일 밤 8시 반에 토론토 공항으로 도착한다면서, 나에게 그가 묵을 호텔을 알아보라고 적혀있다. 최은희도 같이 읽었다. 










"이 호텔에서 태현씨랑 같이 묵을 수 있으면 좋은데 .."

"언니. 호텔은 무슨 호텔? 그 분은 한수정 언니네 아빠니까, 그 언니 집에서 살면 되잖아."




"하아. .. 지혜말이 맞네."










나와 지혜는 와인을 마시지만, 최은희는 운전 때문이라면서 쥬스만 마신다. 그러다가 결국 최은희도 덤벼들어서 같이 마셨다. 지혜가 피곤하다면서 자러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먼저 최은희와 포옹하고 최은희의 뺨에 키스했다.










"언니. 죄송해요. 저 먼저 잘게요."










그리고 나와 포옹하고 내 뺨에도 키스했다.










"오빠. 잘 자고, 아침에 깨워주세요."










지혜가 방을 나갔다. 최은희는 한 컵을 더 마시고 자기도 집에 간다고 일어섰다. 










"어떻게 가려고?"

"걱정 마. 택시 타야지."




"차는?"

"내일 아침 출근 길에 가져가면 돼."










우리는 프론트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에 택시가 와서, 최은희는 그 택시를 타고 나에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나는 방으로 올라와서 양치를 하고 침대로 갔다. 그런데 지혜가 또 내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설마 날더러 저 방에서 무섭게 혼자 자라는 말은 안하겠지?"

"너도 내가 쇠고랑 치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지?"




"오빠!"

"깜작이야. 왜 버럭질이야?"










나도 침대에 들어갔다. 우리는 서로를 안고 키스했다. 이 거친 폭풍이 가라앉고 잠잠해지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 경고 : 잊지 마십시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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