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케치 (3부)

야설

블루 스케치 (3부)

avkim 0 1478 0

"나이트가서 만난 앤데 꽤 이뻐" "풋.." 학교를 마친후 근처 지하철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철한은 태혁을 어디론가 끌고 가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은 태혁과 친해진후 얼마되지 않아 중3때 옆집누나에게 동정을 받쳤다고 떠들어댄 적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왠만한 상판은 이쁘다고 말 안하잖아.근데 그 계집애는 이뻐" "하하" "처음 나이트에서 보고 조명빨 화장빨인줄 알았는데 감자탕집에서 다시 보아도 이쁘더라고..근데 계집애가 쉽게 안줄려고 하는게 문제야..." 철한은 그 여자애를 처음 보던날 함께 몸을 섞지 못한것이 아쉬운듯이 입맛을 다졌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닦아야지.." 태혁은 철한을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녀석은 태혁에게만은 다른면들을 보여주었다. 태혁이외에 다른 녀석들에게는 결코 다정스런 성격이 아니었다. 녀석에게 언젠가 그것에 관해 묻자 녀석은 빨개진 얼굴로 "내 카리스마야...그리고 넌 내가 처음으로 인정한 친구고.."라고 말하며 쑥쓰러워하며 대답했었다.

 

태혁은 지금 철한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내심 내키지 않았지만 녀석의 들뜬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따라나서는 중이었다..술 몇잔 들이키다 조용히 빠져줄 생각이었다. 이윽고 둘의 발길은 한 소주방에서 멈추어졌다.. "다왔다..들어가자.." 들어서기전 태혁은 불현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듯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푸르른 색이었다. 문뜩,이렇게 좋은날 담배연기 가득찬 어두운 굴속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안왔나보네...조금 기다려야겠다." 가게안을 한바퀴 둘러본 철한이 한쪽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년들이 담배피우는 꼴좀봐..정말 가관이다...싸가지 없는년들..." 녀석의 말에 태혁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따지면 녀석이나 태혁도 마찬가지였기에...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얼핏 봐도 고딩으로 보이는 무리 몇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혁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때 철한이 팔을 치며 말했다.. "야! 떴다.." 태혁은 시선을 문쪽으로 가져갔다..

 

새하얀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여자가 문앞을 들어서고 있었다. 피부도 새하얗기에 목에 감은 붉은색 스카프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미인임을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벌써왔네??" "으응..." 그녀가 나타나자 녀석답지않게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그모습이 우수워 태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혼자왔어??" "아니..화장실에...금방 들어올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한 여자가 들어서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여자는 뚫어질듯 태혁을 바라봤다.. 태혁도 피하지 않고 여자를 바라본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윤기있는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탈색 브릿지를 넣은듯 새하얀 머리칼이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었다.. 웨리가 있는 몸에 붙는 검은색 셔츠에 검은빛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셔츠앞 작은 붉은색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여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태혁이야..노태혁.." 태혁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전 김한나고요...옆에 친구는 최미수라고해요.."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들은 주문을 했다.. 술이 몇잔 돌기 전까지 그냥 겉도는 이야기가 흘러지나갔다. "키가 크신것 같네요.."

 

간간히 태혁을 뚫어질듯 바라보던 미수가 태혁에게 말을걸었다. "철한이 만하죠.." "참고로 내 키는 182야" 옆에서 듣고 있던 철한이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태혁은 내심 조심스러웠다.. 녀석에게 듣기론 앞의 여자들은 서울 무슨 전문대학에 다닌다고 들었다. 철한이는 나이트에서 자신이 대학생이라고 속인 후 그녀들을 낚았다고 말했고 태혁에게 비밀을 지켜줄것을 바랬다... 졸지에 녀석과 태혁은 체대를 다니는 대학생 노릇을 해야만했다. 녀석은 아까부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한나를 바라보며 지껄여대고 있었다. "술..잘마시세요??" "그럭저럭.." "대답이 굉장히 간단하네요..아까부터.." "습관이라서.." "근데 왜 반말해요??..." 미수는 말을 하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같이 말트지..편하게." "후훗..엎드려 절 받기네..그래..그러자.." "태혁씨도 체대 다녀요??" 순간 한나가 태혁에게 물어왔다.. 태혁은 잠시 망설여졌다..그리곤 이내 대답했다. "아니.." "어머..체대다닌다고 들었는데.." 두여자는 동시에 눈이 동글해져 궁금한듯 철한과 태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야..태혁아.." 녀석은 순식간에 난감해져 썩은 얼굴을 하고 태혁을 바라본다. "우선 한나 너도 말트자..존대말 불편해.." "그래.." "나 실은 고딩이야.." "뭐??" 여자들은 너무나 놀란듯 벌어진 입을 막지 못한채 태혁과 철한을 바라본다. "철한이 녀석과 같은반이야..대일고2학년.." "철한아 정말이야??" 한나가 믿지 못하겠다는듯 철한에게 물었다..

 

"내가 너때문에 미친다..정말..그래..사실 우리 고딩이야...오래 속일 생각도 없었는데 잘됐지 뭐..속시원하다." "푸하하하" "하하하하" "웃지마 쪽팔려.." 철한의 말에 여자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철한은 난감한 표정이된채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제 어쩐다??" 한나의 말에 태혁은 미수를 바라봤다.. 미수도 그런 태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한대로해..있고싶음 있고 갈려면 가고..분명한건..너희들이 지금까지 먹은밥보다 아마 우리가 먹은밥이 더 많을거다..우린 웬만하면 한끼에 두공기씩 비우니.." "푸하하하" 전혀 예상치 못한 태혁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미수 어떻할래??" "글쎄...난...난...괜찮아.." "기집애..그럴줄 알았다.." 잠시 스쳐가는 한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좋아..인정할건 인정하지뭐..대신 이제부터 재미있게 해줘야해.." "오케이...오케이...휴 간이 조마조마했다.." 철한은 어느새 밝은 웃음을 지으며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저씨..여기 소주한병더요..." 큰 근심거리를 덜어 놓은 철한은 본격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천성적으로 타고난것인지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태혁도 간간히 몇마디씩 농담비슷한 말들을 던졌고 그로인해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갔다.. 그들의 테이블에 그들의 인원수 만큼의 소주병이 비워져 놓여있을 때였다.

 

"우리 춤추러가자.." 갑작스레 한나가 말했다.. "그럴까??.." 철한도 맞장구쳤다.. 태혁은 난감했다..태혁은 아직 나이트에 가보질 않았다..그리고 춤은 한번도 쳐보지 않았기에 더욱 난감했다..그러나 그들의 분위기를 자신으로 인해 망치고 싶진 않았다. "태혁인??" "그래.가자.." 이윽고,의견을 통일한 그들은 가게를 나서 근처의 한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엄마 카드 빌려왔다..머니는 걱정하지마.." 철한이 녀석이 살며시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녀석의 아버지는 무슨회사 중역이었지만 실세는 녀석의 어머니였다. 녀석의 어머니는 부동산 투기를 해서 제법 많은 돈을 긁어모았고 그로 인해 녀석의 씀씀이는 언제나 컸다.. 오늘도 녀석은 엄마 몰래 카드를 슬쩍 했으리라... 그런 생각에 태혁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뭐생각해??" 철한과 한나가 앞에서 걷고 있었고 미수가 어느새 태혁의 옆에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니야..아무것도..." "혼자산다면서??" "응" "밥은??" "해먹어.." "직접해??" "밥통이.." "후훗..정말 말 짧다.." 미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물어보면 안될것 같아 그쯤에서 그만두었다. 어느새 그들은 나이트 클럽안으로 들어섰다.. 업소 안은 이미 그나이 또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십니까??" 온통 하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웨이터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조성모불러.." "예..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잠시후 조성모란 명찰을 단 한 남자가 그들을 한 자리로 안내했다.. "형님..오랜만에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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