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긴 흔적 - 단편55장

야설

바람이 남긴 흔적 - 단편55장

avkim 0 1126 0




55. 그녀들은 진시황, 의자왕에게 도착하고. ..













[1]

드디어 토요일이다. 셀린은 파리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여, 인천공항에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8시 20분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비행 시간만 거의 11시간이다.




그렇지만 엠마나 셀린은 해외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므로 비행 때문에 염려되는 것은 없는데, 문제는 그녀들의 일정이다. 호텔 방구석에 처박아 놓고 내 몰라라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회사 일을 젖혀놓고 얘네들과 놀러 다닐 입장도 아니다.







점심때쯤 강대리가 회사에 나와 있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회사로 갔다. 김효원도 나와있다.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점심 먹으러 나갔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는 강대리에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까를 물었다.










"일요일 아침에 도착하면, 낮에는 따뜻하니까 인사동이나 한옥마을에 가서 산책이나 하고, ..

아니면 제주도에 갔다 오든가. 어차피 원기룡씨 들어오려면 아직 며칠 남았잖아요."




"나는 아직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는데. .."

"가보고, 안가보고 할 일이 뭐 있어? 그냥 비행기 타고 앉아있다가 내리면 되지."




"가서는 뭐하지?"




"상무님!"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아니. 공항이나 호텔 로비에 보면 관광 안내가 얼마나 잘 돼 있을텐데, 그런 걸 걱정해요?" 




"언니. 지금 상무님 말씀이 언니랑 같이 갔으면 하는 것 같은데?"




"얘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총맞았냐?

백마 두 마리가 가는데, 이 몸이 거기 낑기면 찬 밥 신세거든요. 하하."




"언니가 싫으시면, .. 그럼 제가 따라가도 돼요?"

"너는 따라가도 할 일이 없을걸? 완전 개밥에 도토리라니까."




"그게 아니라, 나도 제주도에는 아직 .."

"돌겠네. 당신들 지금 한국 사람들 맞아?"







강대리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듯 답답해한다. 사실 제주도에 가본 사람들 중에서 한국 사람이 많나? 아니면 중국 사람들이 많나?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다 제주도나 울릉도에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요새는 제주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혼 여행지도 아니다. 혹시 경로잔치라면 또 모를까.







나는 강대리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우리는 그녀들이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내가 그 길로 바로 제주도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강대리는 고민 끝에 김효원도 따라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상무님은 진시황이 부럽지 않으시겠구만?"

"뭐야?"




"그러니까 여자 세 명이랑 가는거잖아!"

"강대리까지 같이 가면 네 명인데?"




"웃겨. 상무님은 자기가 진짜 진시황인줄 착각하세요?"

"진시황은 아니더라도, 의자왕 정도? 하하."




"언니. 그런데 상무님 주변에 여자가 여러 명 있어도 괜찮을까요?"




"여자가 한 명이라면 틀림없이 사고를 치시겠지?

그치만 여러 명이랑 가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나겠어?

또 대형 사고 한 건을 쳤다고 해도, 우리가 어쩔건데?

나야 한 동안 기분이야 드럽겠지만, 할 수 있냐?

그냥 그거 밟았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어? 효원이 너는, 넘사벽을 잘 모르면, 얘기해줘도 몰라."




"참나. .. 그럼 호텔 예약은 해야겠죠?"




"아니야. 지금 시즌도 아닌데, 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회장님한테 리조트 VIP 회원권 있다던데, 함 알아보고.

아빠 말로는 분명 있다고 했었는데. .."




"누구요? 아빠?"

"아빠가 아니라 회장님. 엄청 헷갈리네."













[2]

약속한 대로, 나는 다음날 일요일 새벽에 일어났다. 제주도에서 3박4일 정도 머무를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그리고 강대리와 김효원을 차례로 차에 태워서 인천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강대리가 투덜거린다.










"뭐야아. 일요일 새벽부터 .."

"강대리가 잠을 제대로 못자서 열 받았구나?"




"상무님처럼 머리를 벼개에 얹으면 바로 코를 드르렁 해야 하는데. .."

"와아. 언니는 상무님 어떻게 주무시는 것까지 알아요?"




"우리가 그 동안 같이 겪은 산전수전이 얼만데. .."










우리가 같이 일한 지가 얼마나 된다고 강대리는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 강대리와 겪었다 산전수전이라는 것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강대리는 우리를 내려 주고, 차를 주차하러 갔다. 나와 김효원은 대합실로 들어갔다. 김효원이 내게 팔짱을 끼더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서 진지하게 묻는다.










"같이 오시는 여자분 중에 한 분이 사모님 되실 분이라면서요?"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 강대리구나?"




"강대리님이 나보고 상무님을 잘 감시하래요.

그러라고 보내준다는데요? 하하."




"참나. .."

"그러니까 왜 사고를 치고 그러세요?"




"마음대로 해. 감시를 하건, 무엇을 하건, 나는 모른다."










우리는 전광판에서 그녀들이 입국하는 시간과 게이트를 확인하고, 그 게이트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우리 앞쪽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한참 있으니까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멘트가 나온다.




내 경험으로는 최소한 아직 30분은 더 걸려야 그녀들이 이리로 나올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막막하다. 착한 김효원이 내게 묻는다.










"커피 사올까요?"

"효원씨도 마시고 싶어?"










김효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지갑에서 5만원짜리 한장을 꺼내서 김효원의 손에 쥐어주었다.










"강대리도 오면 커피 찾을텐데. .."

"하아. .. 나는 손이 두 개 뿐인데?"




"그러네. 그럼 두 개만이라도. 내가 따라갈 수는 없잖아."

"알았어요."










그 때 김효원은 전화를 받더니, 강대리가 방금 대합실로 들어왔다면서 입구 쪽으로 갔다. 검은 색의 타이트한 스커트에서 김효원의 엉덩이가 출렁거린다.




얼마 안있으면 엠마가 온다는 생각을 하니까, 심장 뛰는 것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이것은 무엇일까?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것 때문에 생기는 조바심과 초조함? 지나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겠지만,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에는 마치 영겁(永劫)이라도 되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이제 나는 먼저 김효원이 가져오는 커피를 기다리고, 그 다음에는 엠마를 기다리면 덜 지루할 것 같다. 










"상무님. 커피 배달 왔어요."










김효원이 강대리와 함께 왔다. 손이 하나 더 생겼다면서, 종이컵에 든 아메리카노 세 개를 들고 왔다. 그래도 커피를 홀짝거리니까 덜 지루하다. 







기다린다는 것은 5분이나 50분이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시계의 전광판은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숫자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지겨울 정도로 더디게 가는 시간이 바보인지, 이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내가 바보인지. ..










드디어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내 눈 앞에서 만남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바라보는 내 기분이 흐뭇해진다.




내 커피는 이미 바닥이 나버렸다. 빈 종이컵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조바심 때문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일어서서 앞쪽으로 나갔다. 







등뒤에서 강대리가 한마디 한다.










"진짜 못말리겠구만."
















[3]

카트를 밀며 게이트를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러다가 다시 적어진다. 승객들의 절반이 넘게 나온 것 같다.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점점 멀어진다.




기다림에 내가 지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이 기다림의 끝에는 만남이 있다는 확실한 사실 한 가지 때문에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나에게는 이 기다림이야 말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다. 그렇지만 기다리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갑자기 두 여자가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앞을 주시한다. 드디어 검은 머리와 금발의 두 여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셀린과 엠마이다.




나의 기다림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강대리도 그녀들을 알아보고 김효원과 함께 나에게 온다. 셀린이 먼저 우리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하이. 상수. 선미도."










나도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엠마도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청바지에 점퍼, 그리고 야구모자를 하나씩 썼다. 카트에 짐을 싣고 둘이 같이 밀고 온다.




셀린과 엠마가 나에게 온다. 마치 나비가 꽃을 향하여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것처럼, 엠마가 하늘거리는 몸짓으로 나에게 와서 안긴다. 나는 두 팔로 엠마의 등을 감고 꼬옥 안았다. 엠마가 얼굴을 내 목에 묻는다. 










"하아. .. 상수. 나를 서울로 오게 하다니. 너무 보고 싶었어."

"엠마. 너보다 내가 더 많이 너를 보고 싶어 했어."










나는 엠마의 볼과 입술에 키스했다. 우리는 뺨을 마주 대고 비볐다.










"상수. 엠마만 보이고, 나는 안보여?"

"셀린. 너도 이리 와."










나는 엠마의 등에서 한쪽 팔을 풀어서 셀린 쪽으로 뻗었다. 셀린도 양 팔을 벌리고 나와 엠마를 동시에 안고, 내 뺨에 키스한다. 두 명의 늘씬한 여자의 허리에 동시에 팔을 둘러서 안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해진다.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린다.













"재미있게 왔니?"

"셀린은 재미있어 하는데, 나한테는 너무 지겨웠어. 하하."

"엠마. 네가 더 재미있다고 했거든요. 하하."










셀린과 엠마는 우리 뒤에 있는 강대리와 김효원에게 다가갔다. 셀린이 강대리와 포옹하며 영어로 인사한다.










"선미. 잘 있었어?"

"반가워. 셀린. 예뻐졌네?"




"며칠이나 됐다고?"

"상수가 이 말을 안해서, 내가 한거야. 하하."




"고마워. 선미. 네가 내 편이구나."













강대리는 셀린과 엠마에게 김효원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김효원은 스스로 자신을 소개했다.










"와우. 프랑스어를 하는 여자가 있네? 하하."










어느 새 김효원도 그녀들과 수다를 시작한다. 강대리가 나에게 물었다.










"지금 10시 넘었는데, 점심을 어떻게 해요? 여기서? 아니면 제주에서?"

"제주행 비행기는?"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았어요. 여기서 예약을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김포 공항 출발이네. 국내선이라 그러나?"




"그럼 제주도에 가서 먹어야겠다. 시간을 끌면 쟤네들 지치지 않을까?"

"끔찍이도 챙기시네. 저 입 좀 봐. 완전 귀에 걸렸어."










우리는 공항 리무진 버스로 가기로 하고, 강대리와는 작별을 했다. 나는 엠마와 나란히, 우리 뒤에는 셀린과 김효원이 나란히 앉았다. 엠마는 내 손을 꼭 잡고, 피곤하다는 듯 내게 몸을 기댄다. 




나는 엠마에게 물었다. 










" "까뜨린느 깐또나"라는 여자를 아니?"

"모르는 이름이야. 그게 누군데?"




"너네 나라 비밀경찰 DGSE 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미쳤어. 자기들이 필요하면 전화할거야."




"너네 아빠가 시킨 것 같던데?"




"우리 나중에 얘기하자.

이번 휴가는 엄연한 내 사생활이니까, 다른 사람들 생각하지 마.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지?"




"미안한데. 비행기를 한 시간 정도 더 타야 해. 

우리 나라 남쪽 끝에 있는 섬이야."




"아하. 네가 말한 신혼 여행의 섬?"

"이제 그 것은 옛날 얘기이고, 지금은 관광지야."




"그런 곳보다는 네가 사는 집이 더 보고 싶은데."

"궁금해?"




"네 책상 위에 놓여있다는 내 사진이 꼭 보고 싶어."

"지금은 책상 위가 아니고, 서랍 안에 들어있는데?"




"하아. .. 나쁜 상수."













가는 동안에 엠마는 이야기 하면서 계속 나에게 키스한다. 우리는 김포 공항에 도착해서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김효원은 강대리가 예약해둔 공항 렌트카 사무실로부터 승용차를 렌트했다. 그리고 리조트 팬션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2층짜리 건물인데, 우리는 2층의 한 쪽에 있는 가족용 두개를 얻었다. 카페 거리나 해안도로에서도 가깝다. 베란다에서는 바로 바다가 보인다. 딱 한가지 옥에 티는 제주 공항에서 너무 가깝다는 것이다.




셀린과 엠마는 일단 샤워부터 하겠다면서 아예 한 칸에 한 명씩 들어가서 욕실을 점령한다. 김효원은 장보러 가자면서 나를 차에 태워서 시내로 들어갔다. 나나 김효원에게는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경이 너무 생소하다.




우리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서 돌아왔다. 그녀들은 헐렁한 원피스 하나씩을 걸치고 둘이 베란다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셀린의 원피스가 위로 말려 올라가서, 허벅지는 물론이고, 엉덩이까지 드러나있다. 엠마는 원피스로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조신하게 덮고 있다.










"상수. 지금 잠이 쏟아지는데, 어떡하지?"

"비행기에서 안잤니?"




"잤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나서 잠을 자기로 했다. 나나 효원이도 새벽에 일어나서 설쳤으므로 졸립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팬션 밖에 있는 해변 도로에 있는 삼겹살 집으로 갔다. 엠마는 삼겹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셀린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소주를 마시게 했다.




식사 후에 우리는 팬션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 혼자 한 칸에서 자고, 다른 칸에서 여자들 셋이 자라고 했지만, 셀린은 침대가 좁다면서 엠마를 나에게 추방시켰다. 엠마는 셀린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셀린이 엠마에게 한마디 한다.










"고마워하지 마. 나중에 상수를 나에게 빌려주면 돼. 하하."

"너 자꾸 그럴래?"




"빌려주지 않으면 도둑질 한다!"













나와 엠마는 셀린의 방을 나와서 우리가 잘 침대로 갔다. 엠마가 내 입술을 빨면서 내게 물었다.










"파리에 왔을 때 셀린이랑 잤니?"

"아니. 왜 그래?"




"셀린이 지금 나를 협박하고 있어."

"무슨 협박?"




"어떻게 해서든지 너랑 자겠대."

"기대되네. 하하." 




"너도 셀린이랑 자고 싶어?"

"아니야. 재미있게 웃으라고 한 말이야."




"재미 없거든. 웃음도 나오지 않아."













엠마는 벌써 침대로 누웠고, 나도 잠옷으로 갈아입고 엠마의 옆으로 누웠다. 그런데 엠마가 나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아빠가 이번에 상수의 부모님을 만나고 오라고 했어."

"왜?"




"우리가 결혼해야 하는데, 내가 너의 부모님 마음에 들어야 한대."

"너 의사로 일한다며? 왜 갑자기 결혼?"




"글쎄. 낸들 알아? 아빠한테 알아봐.

나는 딱한 아빠가 하라는 대로 따를 생각이야."




"그럼. 너는 결혼을 몇 번이나 할 생각인데?"

"최소한 두 번. 한 번은 아빠가 원하는 대로, 그 다음은 내가 원하는 대로."




"꼭 그래야 해? 아빠가 너보다 우선이니?"




"그럼. 사랑하는 아빠를 내가 외면할까? 

너는 그것을 원할 지 멀라도, 나는 그게 안돼.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

아빠가 기억속에 나를 담아두고 있을 날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너 그거 생각해봤니?

지금도 내 아빠는 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얼마나 너를 칭찬하는 줄 모르지?"




"잘된 것 아니니? 그 분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좋은 것 같다."

"바보야. 내가 여기에 왜 왔다고 생각해?"







엠마의 원피스와 내 잠옷은 이미 방바닥으로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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